"내시경은 환자가 편한 방식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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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일 원장의 [내과 진료실에서 쓰는 이야기]

내시경 중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수면내시경이다. 원래 수면내시경은 사람들이 알아듣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필자가 오래전에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보통명사처럼 널리 쓰이고 있다. 사실 수면 내시경은 정확한 말은 아니다. 수면 내시경의 정확한 용어는 "의식이 있는 진정 내시경"이다. 즉, 까무러치거나 전연 의식이 없는 마취 상태를 만들어서 내시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은 있으되 진정시킨 상태에서 내시경을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환자들에게 이해시키기는 힘이 들어서 수면 내시경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흔히 쓰이는 내시경은 지름 9.8mm 정도의 긴 호스 형태를 띠고 있다. 입으로 삽입해 위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항문으로 삽입해 대장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식도나 항문을 통해 내시경 장비를 삽입할 때 고통이 따른다. 위내시경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이 구역감이나 인후통, 질식감을 호소하며, 대장내시경의 경우 참기 힘든 통증을 호소한다.

이러한 이유로 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 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면내시경이다. 환자는 내시경 검사 전 수면제로도 쓰이는 진정제인 미다졸람이라는 약물을 맞게 되고, 수 초에서 수 분 안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진정상태나 가수면상태가 돼 내시경을 받기 용이해진다.

내시경 검사시 환자는 통증이나 구역질을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이를 기억하지 못하며, 의료진과 나눈 대화 역시 기억해내지 못한다. 약물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다졸람은 약물의존성이 없으며 해독제도 있으므로 안심해도 괜찮다. 단, 내시경 검사 후 1시간 이상 충분히 수면을 취한 후라고 하더라도 몽롱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검사 당일 자가운전이나 칼 등을 사용하는 위험한 작업은 절대 금해야 한다.

한편, 일부에서는 프로포폴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는데, 이 약은 전신 마취를 하기 전에 쓰이는 마취 유도용으로 아주 짧은 기간 의식을 완전히 잃게 만들기 때문에 아무런 고통 없이 내시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호흡을 심하게 억제해 호흡마비가 발생하거나 잘못하면 뇌사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다졸람과는 달리 프로포폴은 해독제가 없어 사용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위내시경을 받아야 하는 환자 중 일반내시경이 주는 고통도 싫고, 병원에서 30분 이상 수면시간을 가져야 하는 수면내시경도 번거롭게 느껴지는 환자에게는 경비내시경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경비내시경이란 가늘고 부드러운 관을 코로 삽입해 시행하는 검사장비를 말한다. 기존 내시경의 지름이 9.8mm인 데 비해 경비내시경은 4.9mm로, 전체 굵기를 계산하면 거의 1/4 수준이다. 굵기가 얇으므로 기존의 위내시경 검사에 비해 구역질과 인후통, 질식감 등의 고통이 훨씬 적으며, 검사 후 목의 통증이 적다. 또한 검사 도중 시술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술 전 처치도 간단하다. 코에 마취제와 비강을 넓히기 위한 혈관수축제를 뿌리는 것이 전부다. 내시경 굵기가 얇아지면서 카메라도 작아지다보니 시야가 좁아져 시술 시간은 기존 위내시경보다 몇 분 더 걸린다. 코 안에 이상이 있는 경우, 즉, 비중격 만곡증이 심한 경우나 해부학적 기형에 의해 코가 좁은 경우, 비염이 심한 경우 등에는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은 무리 없이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위내시경처럼 대장내시경도 진화하고 있다. 대장내시경은 장을 비운 후 항문으로 내시경 기기를 삽입, 대장의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 방법이다. 대장 건강을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 중 하나지만, 정작 검사 받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 장세정제 복용 과정과 오랜 시간 설사를 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으려면, 검사 하루 전 저녁부터 검사 당일까지 4L의 장세정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세정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구역감을 느끼거나 구토를 하는 사람이 많으며, 아예 검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불편을 개선한 것이 일명 ‘설사약 먹지 않는 대장내시경’이다. 이는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둘 다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할 때 내시경을 통해 소장에 직접 약물을 주입한다. 장세정제가 소장으로 직접 투입되기 때문에 장세정제를 구강으로 복용할 때 느낄 수 있는 맛의 불쾌감이나 구역감 등이 확연히 줄어든다. 장세정제가 정량 모두 투입되는 것도 장점이다. 간혹 장세정제를 정량 모두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장이 완전히 비워지지 않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없으며 다시 장세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장내시경 시행 전 준비 시간도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장세정제를 구강으로 복용한 후 대장내시경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장세척이 되려면 약 5시간 이상 걸리지만, 소장에 직접 장세척제를 투입하면 그 시간을 1/2 이상 줄일 수 있다.

이렇듯 내시경은 환자에게 편안한 방식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으므로, 조금 불편한 점들이 있더라도 꼭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해서 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좋겠다.
 

☞ 민영일 원장은

우리나라 내시경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 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 내시경 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전파한 의사이자 내시경 관련 다섯개 학회 모두 학회장을 역임한 유일한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졸업 후 아산병원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며 의사들이 뽑은 '위장 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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