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반절제만 해도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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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명의 박정수 교수의 병원에서 주워온 이야기]

이른 아침, 일요일인 어제는  출근을  못했기 때문에 오늘 수술할 환자들을 중심으로 병실 회진을 돈다. 외래 시간에 이미 수술할 내용에 대하여 얘기를 했지만 주치의인 필자가 수술전에 한번 더 설명을 해주어야  환자의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7층 외과 병동으로 올라가니까 어?, 환자가 남편과 함께 간호사 스테이션 앞에서 필자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1월초에 타병원에서 갑상선유두암 진단을 받았단다.

암이 퍼진 상태를 알기 위한 초음파스테이징검사(ultrasonographic staging)에는
1.3.cm  암덩어리가 오른쪽 갑상선엽의 앞쪽 피막과 붙어 있고 오른쪽 기도-식도 협곡(tracheo-esophagial groove)을 따라 림프절이 몇개가 커진 것이 보인다.

기도-식도 림프절 커진 것이 전이림프절이 아니라면 오른쪽 반절제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림프절 모양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이 정도 피막 침범이라도 옛날 기준이라면 T3에 해당되어 림프절 전이가 있든 없든 전절제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2015년 개정된 미국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최소피막침범형( minimally capsular invasion)은 재발율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반절제를 해도 된다고 완화되었다. 

물론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피막침범(gross capsular invasion)이 있으면 전절제를 해야 되겠지만.......
따라서 이 환자는 최소피막침범이기 때문에 림프절 전이만 없다면,아니 있더라도 2mm 이하 크기 5개 미만이라면 반절제를 해도 될 것이다.

"아고, 복도에 나와 있네요. 오늘 수술은 반절제 보다는 전절제가 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요"
"어떻게 반절제가 안될까요?"
"여기 표시한 중앙림프절들이 전이림프절이 아닌 걸로 밝혀진다면 반절제가 가능할지도...."
"전절제하면 방사성요드치료를 꼭 해야 합니까?"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요드치료를 해야합니다.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같이 미세한 암세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집에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있고 또 7살 아이도 있고..."
"아. 그 정도 큰 아이들이라면 문제가 안됩니다"

수술은 최소침습기법으로 중앙경부피부를 피해 절개선을 3.5cm길이로 넣고 우선 커져 있는 기도-식도 림프절을 떼어서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내고 이어서 오른쪽 반절제술을 한다.
"제발 림프절 전이가 없으면 좋곘는데....그러면 반절제로 간단히 끝내고 일찍 퇴근 할 수 있는데....,
요즘 환자들은 너도 나도 모두 반절제를 원한단 말이야"
전공의가 질문한다.
"교수님, 어느 때 예방적 중앙경부청소술을 하나요?"
"응, 예방적 청소술(prophylactic)이라는 것은 영상이나 육안으로 중앙경부에 전이가 없는데도 청소술을 하는 것을 말하지.
 미국 친구들은 갑상선암덩어리가 T1(2cm이하)이나 T2(2~4cm)일때는 림프절 전이가 임상적으로 보이지 않으면(No) 청소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가이드라인에서는 얘기하고 있지.

오늘 이 환자는 전이가 의심되었으니까 예방적이 아니고 치료적 림프절 청소술(therapeutic)에 해당되는 것이지.
대체로 한국과 일본에서는 예방적 청소술을 많이 하고 있지,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 말이야"
"저, 교수님, 아까 보낸 림프절에 전이가 있는 걸로 나왔어요, 전이가 심해 암세포가 림프절 피막을 뚫고 나왔데요"
 "뭐라구?  전이 암세포가 림프절 피막을 뚷고 나왔다면 재발율이 높은 걸로 되어 있는데(Thyroid 2012;22:1144~1152).....
갑상선 본체의 암이 피막을 심하게 뚫고 나오면 재발율이 높은 거와 같은 이치이지....
이 환자는 남은 왼쪽 갑상선도 다 떼어 내고 고용량의 방사성요드로 빡세게 치료해야 될 거야"
그래서 수술은 최소침습기법으로 전절제술+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이 되었다.

마취 회복실에서 환자를 만난다. 상태는 좋다. 목소리도 좋고, 손발저림도 없고....
"수술 잘되었어요, 근데 그만 전절제가 되었어요"
"네? 전절제라구요?"
"미안해요, 림프절 전이가 좀 심해서..... 지금은 많이 서운하겠지만  이렇게 수술 받는 것이 본인의 장래를 위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괜찮아 질 겁니다"

환자는 그러면 할 수 없지 하는 표정을 지어준다. 그리고는 아픈 것을 참으며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고마움을 표한다.
에휴, 모두 반절제만 해도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노.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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