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과목 의료진, 환자 소통 … 갑상선암 최적 치료법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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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센터 탐방 고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착한 암’으로 불린다. 진행이 느리고 비교적 치료가 잘 돼서다. 하지만 언제 ‘나쁜 암’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암과 달리 적절한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과잉 진료와 조기 치료의 경계를 정확히 가늠하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다. 고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는 이를 ‘공유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이라는 방식으로 풀었다.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면서 환자 만족, 적정 진료라는 난제를 해결했다. 끊임없는 연구와 풍부한 임상 경험, 환자 중심 철학이 결합해 갑상선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에서 내분비내과, 이비인후과 등 의료진이 갑상선암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와 함께 치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송경빈

 

‘공유 의사결정’ 방식으로 문제 해결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5년 생존율은 100%에 육박한다. 높은 생존율은 오히려 과잉진료 논란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암과는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고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는 이 해답을 환자와 함께 고민한다. 정광윤(이비인후과) 센터장은 “환자에게 가능한 치료를 충분히 알리고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공유 의사결정으로 최선의 치료법을 도출한다”고 말했다.

 

공유 의사결정은 의료진과 환자가 양방향 소통을 통해 최적의 치료를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진은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환자에게 충실히 설명하고, 환자는 이를 토대로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결정해 의료진과 논의한다. 김신곤(내분비내과) 교수는 “암 진단을 받아도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수술을 밀어붙이진 않는다”며 “암의 크기·위치, 환자 상태에 따라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적극적인 추적관찰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은 공유 의사결정의 첫 단계다. 그만큼 의료진의 치밀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갑상선센터는 매주 화요일에 내분비내과, 이비인후과, 유방내분비외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7개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환자 사례를 놓고 다학제 회의를 연다. 매달 한 차례씩 센터 소속 의료진 전원이 참석해 진료과별로 암 치료의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갑상선 포럼’을 진행한다. 풍부한 경험과 근거를 바탕으로 센터만의 차별화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것이다.

 

정광윤 센터장은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각 분야 전문가가 의견을 나누며 환자 맞춤형 적정진료를 찾기 때문에 과잉진료는 없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김훈엽(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다른 병원과 달리 수술을 집도하는 2개 과(이비인후과·유방내분비외과)모두 다학제 진료에 참여한다”며 “각 분야에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뒤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 갑상선센터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진단서 수술까지 ‘1·2·3 원칙’ 고수


갑상선센터는 진단·수술에 환자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1·2·3 원칙’을 수립했다. 외래 당일 암 검사를 해 1주일 내로 진단을 내린다. 이후 2주 내로 수술을 진행하고, 수술 후 3일 내 퇴원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 치료 여부가 결정되면 이후 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된다. 환자는 절개술을 비롯해 내시경·로봇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수술을 결정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절개술은 목 아래 5㎝가량을 절개하는 방식이다.

 

내시경·로봇 수술은 귀 뒤 헤어라인·유륜·겨드랑이를 통해 갑상선을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김훈엽 교수는 “암이 전이된 경우는 재발 위험이 크고 암을 직접 만져서 확인해 가며 제거해야 해 절개술을 시행하고 그 외에는 내시경·로봇 수술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며 “환자는 자신의 상태와 수술 선호도, 경제적 형편에 맞춰 자유롭게 수술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상선센터의 외과적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광윤 교수는 특수 제작한 홀더를 이용해 보조의사 없이 갑상선 수술을 홀로 집도하는 ‘후이개 접근 내시경 갑상선 단독 수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수술시간을 30분 이상 단축한 동시에 마취로 인한 환자 부담과 감염 가능성을 낮췄다. 김훈엽 교수도 입으로 수술용 로봇 팔을 넣어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흉터가 없고 수술 후 통증이나 성대 손상을 줄인 획기적인 수술 법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과 클리블랜드클리닉 의료진이 이 수술법을 배우러 갑상선센터를 찾기도 했다.

 

수술 후유증 ‘제로’를 향한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학제 협진을 통해 갑상선암으로 인한 성대·후두·식도 손상을 암과 동시에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지난해부터는 갑상선 수술 시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반회후두신경) 손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신경 모니터링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김훈엽 교수는 “수술 중 신경 손상이 발생해도 85% 정도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전기적 신호를 이용한 신경 모니터링을 활용하면 목소리를 최대한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센터 소속 내분비내과 연구진은 지난해 갑상선 수술 후 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의 피로 원인을 규명했다. 소변을 통한 ‘L카니틴(필수아미노산)’의 배출이 원인이라는 것을 밝힌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내분비저널(endocrine journal)’에 실렸다. 김신곤 교수는 “갑상선암은 치료가 잘 되는 만큼 환자에게 남은 삶의 질이 중요하다”며 “갑상선센터 의료진이 진단·수술·관리 모든 과정에서 환자 중심의 의료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이 안 됐을 땐 갑상선 반만 절제…
센터 최종 목표는 수술 후유증 0%"

 

인터뷰 고대 안암병원 정광윤 갑상선센터장  

 

 

갑상선암의 조기 진단·수술을 두고 벌어진 과잉진료 논란은 몇 년간 지속돼 온 이슈다. 이는 환자가 치료를 주저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정광윤(사진)센터장은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의료진과 상의해 적절한 해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상선암 발생률이 해마다 줄고 있다.

 

“일단 검사를 받는 환자가 줄었다. 암이 의심돼도 조직검사 같은 추가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과잉진료 논란이 일면서 꼭 필요한 경우만 진단·수술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건전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갑상선암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진단은 암을 발견하는 것이지 만드는 게 아니다. 과잉진료 논란 이후 암이 전이되거나 진행돼 병원을 찾는 환자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다. 걱정되는 부분이다. 갑상선암이 ‘착한 암’으로 남는 건 조기 발견해 치료했을 경우다. ”

 

-진단을 통해 암 진행 여부를 예측할 순 없나.

 

“갑상선암은 대부분 순한 암(유두암)이다. 일부는 독한 암(역형성암)으로 발전한다. 역형성암은 3~6개월 내 대부분의 환자가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현재로선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갑상선암 치료에 의료진·환자의 가치관·철학이 개입되는 이유다.”

 

-암에 따라 적합한 수술법이 따로 있나.
 

“암이 신경 근처에 있거나 기도에 유착된 경우에는 시야가 넓은 절개술을 택한다. 이외에는 내시경·로봇 수술 치료 성적이 상향 평준화돼 있다. 단, 수술 범위는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다. 암이 주변 조직까지 퍼졌거나 림프선 전이가 됐을 때는 전(全)절제를 한다. 그 외의 경우, 즉 갑상선 내에만 암이 존재할 때는 우선적으로 크기에 관계없이 암이 있는 쪽 갑상선(반절제)만 떼어낸다. 우리 병원은 수술 후 성대 마비가 올 확률이 0.1%에 불과하다.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발생률은 1% 정도다. 수술 범위를 반으로 좁히면 수치도 반으로 준다. 수술 후유증 제로(0%)가 목표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나 비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하는 환자가 많다. 만일 의료진의 판단에 의심이 들면 다른 의료진을 찾아 2차 의견(Second Opinion)을 청취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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