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짝이 있는 게 좋아보이지?

인쇄

갑상선암 명의 박정수 교수의 [병원에서 주워온 이야기]

 

지난 11월17일, 갑상선암센터에서 처음  이 환자를 진찰한다. 엄청 비만한 체격이다. 159cm, 93kg, 비만지수  39가 넘는 초고도 비만이다. 비만도 갑상선암이 생기는 원인중 하나로 되어 있으니까 이 환자에서 갑상선암이 생기는데 일조를 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발견되었어요?"

"한 3년전 부터 오른 쪽 목이 아팠다가 안 아팠다가 하다가 요즘에는 계속 아파서 타병원에서 초음파하고 세침검사 했더니 갑상선 유두암이 옆목으로 퍼졌다고 해서 왔어요. 친언니가 3년전에 교수님한테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어요"

흠, 그러니까 가족성일 가능성도 있군,  가족중 한사람이 생기면 남은 가족에서 생길 확율이 4배쯤 된다는데? 가족성은 다발성이 많고 빨리 퍼지고 재발도 잘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가지고 온 초음파영상을 보니 세상에, 이렇게 많이 퍼졌다니.........이제 겨우 29세 밖에 안된 젊은 여자사람한테....

해도해도 너무 했다. 또 미만성 석회화 변종 유두암이다. 하긴 이런 종류는 젊은 여성에서 잘 생기지...

전형적인 미만성 석회화 변종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다 보인다.

오른쪽 갑상선날개에 소위 눈폭풍(snowstorm)이 있고 이 폭풍에서 떨어져 나온 석회화 눈가루가 오른쪽 전체 갑상선날개를 채우고 여기서 넘친 가루가 왼쪽 날개로 날아가 여기저기 박혀있다. 뿐만아니라 오른쪽 측경부에는 전이림프절이 감자밭을 이루고 있다.
 "에휴, 또 강적을 만났구만... ."

 

퍼진 상태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한 초음파스테이징검사와 목과 폐CT스캔에는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왼쪽 측경부림프절과 상부종격동, 중부종격동에도 전이 림프절들이 보인다. 전공의에게 지시를 한다.

"햐~~, 저기 저 종격동 림프절 전이가 이 수술의 최대 난적이 되겠는데....  목 절개선으로 제거하지 못하면 흉부외과의 도움도 받아야 될지 모르겠다. 흉부외과 팀에게 미리 연락 해 두어라"

 

수술 전 날 저녁, 울머울먹하는 환자와 보호자인 남편에게 그동안의 영상진단 사진을 보여주며 수술할 내용에 대하여 말해준다.

"내일은 대전투가 될 것입니다. 전투에는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여러가지 수술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런게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너무 겁먹지 않도록 ....어, 요 꼬마 아가씨는 누구냐? 몇살? 4살?"

 

29살이지만 벌써 결혼을 해서 4살이나 된 딸을 두고 있단다. 그래서  마음이 더 쓰인다. 위로 한답시고 꼬마 아가씨에게 악수를 청하고 환자와도 악수를 나눈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환자가 14호 수술실로 들어온다. 하이구야, 도대체 목이 없잖아. 목이 짧고 뚜꺼우면 수술시야가 나빠 수술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은데.....

눈자위가 벌겋게 되어 눈물을 흘리는 환자에게   말해준다.

"너무 걱정 말아요, 잘해 줄거니까.....4살 꼬마를 위해서도 오래오래 잘 살아야지...., 근데 3년전 언니가 수술할 그때 검사하고 초기에 발견되었더라면 아주 간단히 최소침습수술로 고쳤을 텐데.......언니는 작은 수술로 고쳤지요 아마?"
 "네, 언니는 괜찮아요, 교수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수술은 오른쪽 측경부림프절 청소술(lateral neck dissection), 왼쪽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하고 오늘의 최대 난코스인 종격동 림프절 제거술을 한다.            

상부종격동 청소술을 끝내고 종격동  속의 큰 혈관과 혈관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전이림프절을 혈관이 터지 않도록, 스트레스 지수를 최고도로 올리며 꺼집어 내는데 성공한다. 휴~~~, 이래서 외과의사는 수명이 짧아진단 말이지.....

 

마지막으로 성대신경과 왼쪽의 부갑상선 두개가 온전하게 보존된 것을 확인하고 수술을 종결짓는다. 늦은 수술을 끝내고 환자가 마취회복실로 이동한후에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남편을 만난다. 퉁퉁한 체격과 외모가 환자와 너무 닮아 있다.

 

"수술 잘 끝났어요,  엄청 큰 수술이었지만 아무 탈없이 잘 회복할 것입니다. 앞으로 고용량 방사성 요드치료를 두어번

받으면 오래오래 잘 살 것입니다"

"아~아~, 너무 고맙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얼굴이 이그러지며 폭풍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큰 덩치의 남자를 뒤로 하고 전공의와 전임의 닥터 김에게 얘기한다.

" 크리스마스 좋은 선물이 되었어, 역시 짝이 있는 게 좋게 보이지?"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관련 기사

<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체 댓글

게시판 관리기준

이름
비밀번호
댓글쓰기
0/50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