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로 좁아진 심장의 문 가슴 열지 않고 치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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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

우리 몸에서 심장은 혈액을 전신으로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액순환 체계는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잘 생긴다. 심장의 문(門)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은 소모품처럼 닳거나 좁아지기 쉽다. 기존에는 가슴을 열어 치료했지만 최근 들어 수술 위험 부담을 크게 줄인 시술법이 각광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최신 치료법을 물었다.

 

서울대 의대 졸업,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 대한심장학회 정책이사 김효수 교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심장에서 좌심실은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펌프 기관이다. 좌심실이 피를 전신으로 뿜어내는 출구가 대동맥판막이다. 판막은 심장이 이완·수축하며 신체에 피를 공급할 때 역류하지 않도록 문 역할을 해 준다. 판막은 평생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노화한다. 판막이 점점 굳어 잘 열리지 않다가 결국 좁아져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이다. 문제는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압력 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좌심실이 엄청난 고혈압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기능이 약해진다. 펌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실신, 심부전, 협심증, 뇌졸중을 일으킨다. 2~3년 내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어떤 사람에게 잘 발생하나.

 

“주로 70~80대 노인에게서 잘 나타난다. 판막에 칼슘이 들러붙어 딱딱하게 변하는 퇴행성인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보다 약 10년 일찍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대동맥판막은 3개의 얇은 소엽으로 이뤄져 있다. 인구의 약 5%는 선천적으로 이엽성(2개의 소엽) 대동맥판막을 갖고 태어난다. 이엽성 판막은 같은 기능을 하더라도 부담이 훨씬 크다. 판막이 빨리 굳어 협착증이 일찍 생기기 쉽다. 동맥경화처럼 기존에 혈관 건강이 나쁜 사람 역시 판막 협착이 더 빨리, 더 심하게 올 수 있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뭔가.

 

“대동맥판막의 협착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는 약물은 없다. 결국엔 손상된 판막 대신 인공 판막을 넣어줘야 한다. 기존에는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추게 한 뒤 수술했다. 이로 인해 고령자이거나 허파 및 심장, 뇌,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는 수술 위험도가 높아 치료를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수술 없이 허벅지에 있는 동맥으로 도관을 넣어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법이 주목 받고 있다. 바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이다. 인공 판막을 부착한 스텐트(그물망)를 심장까지 가져가 넣는다. 시술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으며 입원 기간도 1주일 정도다.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낮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시술에 사용되는 인공 판막은 안전한가.

 

“인공 판막의 재질과 디자인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풍선 확장형, 자가 팽창형처럼 선택할 수 있는 인공 판막의 종류도 늘었다. 외벽에 실리콘이 붙어 있어 자칫 나타날 수 있는 누혈(漏血)현상을 막는 첨단 판막도 나왔다. 이런 인공 판막의 발전은 시술 후 합병증 발생과 시술 도중 응급상황이 올 수 있는 확률을 낮춘다. TAVI는 재(再)시술도 할 수 있다. 기존에 넣었던 것보다 작은 크기의 판막을 삽입하는 식이다. 다만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중에선 허벅지 혈관 상태도 안 좋은 사례가 있다. 시술 중 혈관 합병증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엔 TAVI 장치가 정교해져 혈관 문제가 발생할 일이 거의 없다.”

 

-TAVI 시술의 치료 성적이 궁금하다.

 

“TAVI 시술은 기본적으로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중에서 수술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고위험도 환자에게 시행한다. 2010년 발표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TAVI 시술은 약물치료와 비교했을 때 증상을 호전시킨 것은 물론 사망률과 재입원율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최근엔 TAVI 시술이 가슴을 열고 하는 수술에 비해 사망 및 심각한 뇌졸중 발생률이 절반가량 낮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고위험도뿐 아니라 중간위험도 이하인 환자에게 시술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려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을 것 같은데.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생각난다. 선천성 기형인 이엽성 판막을 갖고 있던 환자였다. 치료법 선택을 고민하다 결국 의료진을 믿고 TAVI 시술을 받았다. 이엽성 판막은 시술하기가 더 까다롭다. 판막을 넣어도 미세한 틈이 생겨 누혈현상이 생기기 쉽다. 다행히 판막 선택을 잘해 새는 부분 없이 잘 마무리됐다. 시술 후 환자가 큰 만족감을 표했다. TAVI 시술을 받은 환자는 확 달라진 삶의 질(質)을 몸소 경험한다. 고령자임에도 시술 후 등산을 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의료진의 만족감도 크다.”

 

-치료비 문제로 시술을 망설이는 환자가 많다고 들었다.

 

“TAVI 시술은 지난해 6월부터 시술 비용의 2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해 준다. 그러나 환자가 나머지 80%를 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다. 치료를 받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시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TAVI 시술은 증상 호전과 생존율 향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치료비 부담이 좀 더 완화돼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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